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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의 봄꽃 1/5 - 꽃마리,냉이,큰개불알풀(봄까치꽃),꽃다지, 광대나물, 흰꽃광대나물, 별꽃, 민들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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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의 봄꽃 1/5 - 꽃마리,냉이,큰개불알풀(봄까치꽃),꽃다지, 광대나물, 흰꽃광대나물, 별꽃, 민들레

작동미학 2020. 4. 13. 23:59

 인왕산에서 가장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봄이다. 구청의 정비 사업으로 몇가지 꽃들은 인위적으로 심어지기도 하지만, 제법 많은 수의 봄 꽃, 야생화들이 이 봄날 인왕산의 햇볓 잘 드는 지역에서서면 먼저 만날 수 있다.

 

 긴 겨울을 끝내고, 작지만 고운 자태를 뽐내는 꽃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관찰해보면, 따뜻한 기운에 산책의 기쁨이 더해진다.

 

 가장 먼저 소개해보고 싶은 꽃은 역시 큰개불알풀 (봄까치꽃으로 불리기도 한다)이다.

2020.04.11 큰개불알풀, 행촌동쪽 성곽 바로 밑길

 흔히 저렇게 가을낙엽 사이로 솟아오르는, 우리나라 전국에 봄이 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귀여운 꽃 중의 대표자다. 특히 성곽아래의 따스한 남향에서 가장 일찍 보이기 때문에 반갑다.

2020.02.23 큰개불알풀, 행촌동쪽 성곽 비로 밑길
2020.04.15 큰개불알풀, 인왕사입구에서 무악재 하늘다리 가는 길

 이 꽃의 신기한 점은 먼저 이름이다. 큰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열매가 개의 불알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작은 두개의 주머니처럼 생겼다) 막상 그 느낌은 너무 사납다. 꽃이 크다는 이름도 실제 꽃을 본 사람들은 그다지 동감하지 않지만 그것보다 한참 더 작은 개불알풀이 있다고 한다.

 

 크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사실은 사진을 가까이에서 찍어야만 저 첫번째 사진 정도이고, 가깝게 다가가지 않으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다가서면 4갈래로 갈라진 고운 보라색의 꽃 안에 하얀 수술이 앙증맞게 맞이해준다.

 

 2월에 피어난 후 제법 늦게까지 피어있다. 아래 광대나물과 같이 피어있는 사진이 그 실제 작은 크기를 말해준다. 아이들에게는 최근에 부르기로 했다는 봄까치꽃이라고 하면 예뻐한다. 일찍 피는 봄 꽃에 맞는 이름이다.  

2020.04.04 큰개불알풀, 인왕사입구에서 무악재 하늘다리 가는길)

시간이 좀 지나면 5월에는 땅 바닥이 아니라, 이렇게 제법 길게 자라있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2018.05.13, 큰개불알풀, 인왕산

꽃이 피기 직전의 큰개불알풀도 보자.

 

2019.03.23 큰개불알풀 꽃피기 전, 윤동주 시인의 언덕 주변

 두번째 소개할 꽃은 꽃마리다. 인왕산에서는 대략 3월 초부터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꽃 중에 가장 작아서, 눈을 가까이 가져가서 보지 않으면 정말로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좁쌀만한 크기이다. 그냥 지나다니는 사람은 하얀 점으로 아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연한 파란색의 다섯 잎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데도 색은 곱다.

 꽃마리라는 이름은 꽃이 피기 전의 윗쪽 꽃봉오리를 여러개 가진 대가 고사리처럼 말려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따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끝부분이 정말 고사리처럼 말려있다. 펴지면서 꽃이 하나둘씩 피어난다.막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말려진 꽃마리를 찾는 것도 재미있겠다. 아래 사진에도 막 피기 시작한 꽃의 줄기 끝이 꼬부라진 모습을 일부 볼 수 있다.

 

2020.03.15 꽃마리, 성곽아랫길
2020.04.16 꽃마리, 인왕사 입구 주변, 말린 꽃마리의 줄기 끝을 볼 수 있다

작은 모습을 좀더 느낄 수 있도록 아래 조금 뒤로 물러난 사진을 살펴보자.

2020.04.10 꽃마리, 인왕사입구에서 무악재 하늘다리 가는 길
2020.03.20 꽃마리, 행촌동 근처 성곽의 안쪽길

그 다음 꽃은 꽃다지와 냉이이다. 이 둘은 사실은 색을 빼고 보면 비슷하게 생겼는데 십자로 생긴 4개의 작은 꽃잎이 특징이다. 두 꽃의 종류가 헷갈리면 우선 노란색은 꽃다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냉이와 달리 잎이 둥글고 도톰하다.

 

2019.04.17 꽃다지, 인왕산
2020.03.29 꽃다지, 행촌동 주변 성곽길 도성안쪽

 

2020.03.22 꽃다지, 행촌동 주변 성곽길 도성안쪽

 

2020.03.29 꽃다지, 행촌동 주변 성곽길 도성안쪽

 꽃다지는 냉이에 비해서는 줄기 아래부터 달리는 열매가 타원형이다. 아래 꽃다지보다 위로 자라난 냉이 사진을 보자. 하얀색 냉이 꽃 아래에 달린 삼각형의 열매가 보인다. 이것이 꽃색 말고 꽃다지와 냉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제일 큰 특징이며, 줄기가 길어지면서 열매가 많이 달리면 더 또렷하게 보인다. 

2020.03.29 냉이, 인왕산
2020.04.15 냉이, 해골바위 산책길 주변, 온전하게 한그루의 냉이다

 사실은 냉이 종류도 굉장히 많아서 우리나라에 자라는 냉이가 57종류나 된다고 한다. 이 냉이들은 모두 십자 모양의 꽃을 가진 가족(십자화과)에 속한다. 위에 있는 냉이가 우리가 냉이국에 넣어먹는 냉이면서 인왕산에 있는 대부분의 냉이라면 좁쌀냉이/황새냉이라는 다른 냉이도 있는데, 인왕산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으며 인왕산 주변 종로 길가의 흙이 있는 곳에서도  볼 수 있다.

2019.04.13 좁쌀냉이, 무무대 근처 산책로
2019.04.13 좁쌀냉이, 무무대 근처 산책로
2020.04.19 좁쌀냉이, 인왕사 전망대 무무대 근처
2020.04.26 좁쌀냉이, 인왕사 근처 해골바위 가는길

  또다른 봄꽃은 광대나물이다. 의외로 인왕산 곳곳에 이 광대나물이 많은데, 성곽 주변이나 산책길 여기저기에 자리잡고 모여서 있어서 꽃이 핀 녀석과 피지 않는 녀석이 골고루 보인다. 잎을 잘 보아두면 꽃이 피지 않을 때도 알아볼 수 있다. 막상 꽃이 피면 광대나물 꽃은 의외로 화려한데, 군데군데 빨간색에 가까운 점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꽃도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꽃은 신기하게 개방화와 폐쇄화로 나누어져 꽃이 피지 않은 폐쇄화 (빨간 점 모양의 피지 않은 꽃)도 씨를 맺는다고 한다. 그리고 광대나물이라는 이름도 과거 조상들이 민간에서 사용되던 이름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알려져있다(국립수목원, “한국의 민속식물”, 국립수목원간(2013), p794). 

2020.04.14 광대나물,
2020.03.15 광대나물, 행촌동 주변 성곽길 도성바깥쪽
2020.04.15 광대나물, 해골바위행 정자 주변, 온전한 한그루

광대나물보다는 좀 늦지만 4월초가 되면 흰꽃광대나물도 꽃을 피운다. 자세히 보면 잎이 비슷하고 안에 꽃안에 자주색 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광대나물이 군락을 이루는데 비해서 이 꽃은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2020.04.15 흰꽃광대나물, 인왕사입구에서 무악재하늘다리 방면
2020.04.15 흰꽃광대나물, 인왕사입구에서 무악재하늘다리 방면 

 별꽃도 빼놓을 수 없다. 꽃마리와 비슷하게 작지만, 역시 하얀색의 작은 꽃이 제법 군락을 이루며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신기한 것은 작아서 잘 안보일 수 있지만 10개처럼 보이는 꽃잎이 사실 5개라는 점이다. 꽃잎 1개가 깊게 두 갈래로 갈라져있어서 언뜻 보면 10개로 보인다.

 

 별꽃이랑 닮았지만 잎이 줄기에 바로 붙는 벼룩나물도 5개의 꽃잎이 10개처럼 보인다. 정말 그런지, 실제로 만나면 자세히 들여다보자.

 

 별꽃의 유사종인 쇠별꽃도 있는데, 잎의 아래가 둥글지 않고 줄기를 감싸듯이 붙어있다. 아직 인왕산에서 쇠별꽃을 보지는 못했다.

2020.03.22 별꽃, 인왕산 근처 성곽길 도성바깥쪽
2020.04.26 별꽃, 인왕사 근처 해골바위 가는 길, 크롭/확대

 마지막으로 민들레를 살펴보자. 봄이 되면 어김없이 인왕산 여기저기 나타나는데, 4월이 되면 벌써 씨가 달려서 바람을 불어 날릴 수 있는 녀석도 꽤 된다. 해가 잘 드는 좋으면 어디든 한두 포기씩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민들레라고 한다. 사진으로 비교해본 결과 이녀석들도 모두 서양민들레이다. 서양 민들레는 우리나라 토종 민들르에 비해서 꽃을 받치고 있는 꽃받침잎들이 아래로 확 굽어져 있다. 토종 민들레는 그 꽃받침 잎들이 위를 향하고 있다.

2020.03.22 민들레(서양민들레), 인왕산
2020.04.04 민들레(서양민들레), 인왕사입구 근처
2020.04.26 민들레 씨앗, 씨가 붉은색인 붉은씨 서양 민들레, 인왕사 근처
2020.04.15 서양민들레, 인왕산 입구에서 무악재하늘다리 가는 길, 꽃받침이 밑으로 굽어있다
2020.04.15 서양민들레, 와불 바위 근처(부처 바위 아래)/이런 틈에서도 자란다 

지금까지 인왕산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면서, 특히 군락을 이루고 있는 녀석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여기저기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꽃들이 작은게 특징이다. 다음에는 조금더 떨어져서 피어나는, 역시 익숙한 다른 꽃들을 소개해보자.

 

 덧붙여보면 이 야생화라는 것도 결국 지구의 생물이고 각 종이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규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외계인이 사람을 처음보면 말이 사람이지 그 안에는 사뭇 다른 아시아인, 서양인 등이 있는 것처럼 꽃도 그 안에서는 수많은 세부 종으로 분할되며 어떤 것들은 친구이고 어떤 것들은 수십가지 세부 종으로 나뉜다. 인왕산의 꽃들도 그 생태계하에서 움직이는 큰 자연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면 조금더 덜 정확하더라도, 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세계에 한발짝 들여놓기가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