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산책

구한말 조선 보빙사 참찬관, 퍼시벌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이야기 본문

역사 산책

구한말 조선 보빙사 참찬관, 퍼시벌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이야기

작동미학 2023. 6. 10. 14:56

 퍼시벌 로웰(Percival Lawrence Lowell, 1855~1916)은 우리 구한말 궁내 고위 인사들과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하게 교류한 미국의 사업가이자 작가, 수학자, 천문학자이다. 아직 조선이 미국에 거의 알려져있지 않던 시기인 1883년 전후의 일이다. 또한 흥미롭게도 로웰은 수학사나 천문학사에도 등장하는 유명인사이다. 말년에는 천문대를 만들어 화성을 연구한 것으로 특히 유명했다. 부유한 보스턴의 로웰 가문 출신이며, 미국 상류사회의 일원이었다. 본인이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며 형은 하버드 대학의 총장이 된다.

 다만, 그는 1880년대에 극동에 흥미를 느껴 일본에 머무르던 차에, 조선 미국공사의 제안으로 보빙사 일행의 미국 안내를 맡은 것이다. 개인 카메라 장비를 갖고 있었고 사진에 능했으며(나중에 천문 사진으로 이어진다), 조선에 대한 책도 출간했다. 그리고 고종의 초청을 받아 카메라를 들고 1884년 조선에 입국해 고종의 어진 사진을 찍는 등 다수의 사진 기록을 남겼다.

1883.8월~1883.11월 조선수호통상사절단 일행 (로웰 오른쪽 홍영식, 민영익, 서광범, 뒤쪽 유길준 등)
1883.8월~1883.11월 조선수호통상사절단 일행

 

 그는 여러가지 일화를 통해 홍영식과 친분이 있었다. 보빙사 일행으로 함께한 시간도 그렇고, 조선으로 보빙사 일행이 돌아온 후(로웰은 조선으로 같이 간 것이 아니라 일본에 머물렀다) 홍영식이 고종에게 보고할 때, 로웰의 친절을 잘 설명해주었고, 그 보답으로 조선 왕실은 로웰을 조선에 초청하여 1883년의 겨울부터 1884년의 이른 봄까지 창덕궁에서 보내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이때 그는 개인 카메라를 가지고 조선 사진 수십여장(https://collections.mfa.org/search/Objects/peopleSearch%3ALowell/Percival/images?page=1)을 남겼다. 그 시기는 조선에 대한 사진이 거의 없던 초기 시기이기 때문에 그의 사진들은 사료적 가치게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궁의 내부나 고종의 어진 사진 등). 그의 책에는 처음 조선에 와서 홍영식과 함께 고종을 알현하는 장면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의 책은 번역본으로도 나왔는데, 미국 지식인의 조선 방문이 여러가지로 묘사되어있고 당시의 역사적 상황이나 정황들도 기록되어 있다. 제물포에서 한양으로 이동할때, 추운 나머지 아궁이에 나무를 너무 많이 집어 넣어서 뜨거워 잠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 등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지리/사회/문화/언어 등 도 다룬다. 당시에 조선 수학자인 김낙집과의 만남도 흥미롭다. 그리 길지 않은 몇개월이었지만 보고 듣고 그리고 특이한 만남까지, 그의 여정이 궁금한 사람은 읽어보도록 추천하고 싶다. 지식인답게 동양과 서양의 차이나 여러가지 깊은 성찰들도 포함하고 있는데, 당시 미국인의 생각도 접할 수 있다. 서문에 담은 감사의 말에 갑신정변 개화파 일행이 대거 등장하는 부분도 인상적인 책이다. 

 

1884.3.10 창덕궁 후원의 연경당/농수정 고종 사진, 로웰 촬영, 보스턴박물관 소장

 

1884.3.10 창덕궁 후원의 연경당/농수정 고종, 로웰 촬영 , 보스턴박물관 소장
1884.3 창덕궁 후원의 연경당/농수정 순종, 로웰 촬영 , 보스턴박물관 소장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1886년 로웰
경회루 사진, 1884년 로웰, 이 장소에서 인왕산쪽으로도 사진을 남겼고 필자의 재현사진으로도 참고되었다. 보스턴박물관 소장

 

 다른 분이 그가 찍은 사진을 모두 모아 설명을 달아놓은 사이트를 찾았는데 아래 링크해둔다. 묄렌도르프의 집, 홍영식의 아버지 홍순목, 갑신정변때 살해된 민씨 일가의 거두 민영목 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1884년 12월의 갑신 정변을 접했을때 얼마나 놀랐을까. 안그래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내 잡지에 기고했다고 한다. 갑신 정변의 다양한 인물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했었으니 그 관심이 대단했겠다. 홍영식이 갑신정변때 처형되지 않고 망명했다면 로웰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그렇게 미국에서도 나름 존경받았던 그와 조선의 관계는 이렇게 사진과 책으로 잘 남겨져있어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https://www.fmkorea.com/5725399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