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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여사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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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여사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

작동미학 2023. 4. 9. 21:15

 이 책은 극동을 두루 여행한 영국인 탐험가 비숍 여사의 조선에 대한 자세한 기록에 대한 책(1897년)이다. 타 선교사나 외국인들에 비해 조선을 다양하게 방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소간의 정확성에 대한 논쟁이 있으나, 몇년간의 방문을 타 외국인에 비하여 전문적으로 기록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기록을 출판했던 그녀는 63세의 나이에 1894년 2월부터 1897년까지 약 2년간 조선을 약 4차례에 걸쳐 장기 체류하면서 이 기록을 남겼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 1831~1904, 영국의 지리학자이자 탐험가)

 기록상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학농민운동 시기와 청일 전쟁, 왕실부부 알현, 을미 사변을 다룬 17장, 21장, 22장이다. 언더우드 박사의 부인이나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그 부인, 영국 공사 일행 등 과도 해당 기간 교류하면서 조선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영국인으로서 일본에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았으나 을미사변에서의 일본의 범죄는 잘 기록해두고 있다.그녀에게 있어서 러시아 공사 베베르는 특이하게도 칭찬을 하면서도 아관파천 기간에 조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부분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조선 전체에 대해서는 사회는 개혁에 실패하고 부패가 판을 치지만 서울은 베이징에 비해는 더 청결하고(사실은 베이징을 욕하는 표현이지만), 조선인들이 일본이 중국인에 비해서 더 나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잘 살지 못하지만 더 잘 살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 좀더 책 내용을 따라가보자.

 

 인상 깊은 것은 명성황후와 고종에 대한 평가이다. 을미사변 전후로 수차례 고종과 명성황후, 세자를 알현한 기록으로는 아래와 같다.

 

1. 그녀는 명성황후를 대단히 명석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점이나 화제를 끌어나가는 능력, 여러가지 지식 면에서 조선의 외교와 정치를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랫사람과 윗사람 모두를 압도하며 정적인 대원군과 다른 세력들과도 경쟁하는 그녀를 잘 묘사한다. 양자로 들어온 오빠인 민승호의 폭사 사건이나, 아파보이는 세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 등을 묘사하고 있다. 40대 중반 황후가 알현 내내 세자의 손을 놓지 않았다고 표현하면서, 그녀의 무당에 대해 기원하고 절에 기부하는 행동 등에 대해 안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다만 비숍 여사는 조선의 무당 문화 등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따로 두 개의 챕터에 걸쳐서 자세히 묘사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2. 고종에 대해서는 친절하고 여러가지 정황 파악을 잘하고 있으며 정사에 적극적이어도, 본인의 강한 의지를 지니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평가는 해당 외국 외교관이나 선교사들의 평가를 그대로 계승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주변의 인물에 따라 정책 기조가 계속 바뀌는 상황에 대해 외교관이나 선교사들이 비숍 여사에게 그렇게 설명했을 것이고, 자신이 바라본 결과와 일치하니 그렇게 기술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을미사변 전후에 고종에 대해서는 큰 측은함을 가지고 있었다. 세자도 이 시기 더 성장했고 지식도 깊어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3. 당시 왕실은 외부 정보에 목말라했다. 몇번의 알현을 통해 비숍여사와 가까워진 고종과 명성황후는 영국의 정치 제도나 왕실의 권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묻기 시작한다. 왕실의 향후 방향에 대해 외국의 사례를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두 사람의 절박함이 자세히 나타나있다. 따로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서 들었음직한데도, 비숍여사에게 물어서 확인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4. 을미 사변에 대해서는 이노우에 카오루가 해당 시해 직전에 왕실을 찾아가 일본이 왕실을 보호할 것이라고 안심시킨 점이나, 마지막 순간에도 명성황후가 탈출할 상황에서도 내부 대신이 일본의 만행에 대해 그럴리 없다고 했다는 정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훈련대 대장 홍계훈이 일본인의 칼에 맞은 후 총을 8발 맞고 살해되었다고 적고 있다. 이후 미국의 다이 장군과 러시아 건축가 사바틴의 증언에 바탕하여 궁녀 4명이 살해당한 일이다, 황후가 결국 칼에 맞아 살해당한 후 불에 태워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궁내부 대신 이경직이 왕비를 보호하려다가 죽는 점 등도 기록되어 있다. 이후 고종이 아관파천때까지의 여러가지 생활상 등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역시 당시 외교관이나 고종과 가까이 지내던 선교사 들에게 얻은 정보라고 판단된다. 베베르의 기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가지 당시 조선에서의 외국인들과의 교류에 의해 얻은 정보를 이것저것 자세히 기록한 부분이 이 사료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해당 시기 영국인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