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산책
인왕산의 바위 - 해골 바위, 얼굴바위/부처바위, 모자바위, 범바위, 치마바위, 기차바위 본문
인왕산에는 여러가지 기암(奇巖)이 많다. 지리학적으로 인왕산은 화강암산이다. 약 1억8천년 전의 중생대에 생성된 화강암이라고 한다. 화강암은 땅속에서 마그마가 굳어지며 강한압력속에서 생겨난 암석인데, 화강암산은 이러한 암석이 땅위로 솟아와 노출되어 만들어진 산이다. 이 화강암은 풍화되면 모래 알갱이로 변하고, 땅속의 압력에 있다가 밖으로 노출되면 팽창하고 또 단층 등으로 힘을 받으면 절리가 생긴다고 한다(암석이 금이 가거나 틈이 생기는 형태로 갈라지는 것). 그리고 암석의 약한 부분이 풍화작용을 받으면 약한 부분만 속이 파져서 떨어져나가는 타포니가 생겨난다고 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2224호 인용 - "[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 서울편, 인왕산 지리여행")
이 타포니와 절리가 인왕산의 기암을 만들었다.
아래의 구멍이 바로 타포니의 전형이다. 이 와불은 등산 코스에서는 해골바위로 표지 안내되어있긴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 와불은 와불이라고 칭해보자. 저 가까이에 영락없이 해골바위처럼 생긴 바위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위 맨처음 소개한 와불을 중심으로 바위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아래가 주요 바위들의 위치이다. 전체 바위를 보려면 인왕사입구에서 선바위 -> 와불 -> 부처바위(얼굴 바위) -> 모자바위(두꺼비바위), 달팽이바위 -> 해골바위 -> 범바위 -> 코끼리 바위 -> 치마바위 -> 매바위 -> 기차바위 에 이르는 길을 추천한다.
몇번 다니면서 이 바위를 감상하는 법을 알아냈는데 대부분 의인화 된 것은 머리를 찾아내면 다양하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공식적인 이름이 명확한 것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바위도 많아서 아이와 같이 다닌다면 서로 이름을 붙여주는 것도 재미있는 놀이 방법이다. 자신만의 모습을 찾아내서 기억하면 그게 또 재미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인왕산의 바위는 계절별로 보는 각도별로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치마바위는 인왕산 주변 모든 곳에서 각각의 거리에서 보는 느낌이 다르다.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 바위에 접근하면 인왕산을 더 잘 이해하고 그 멋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와불에서 시작해보자. 아래는 와불을 지나 성곽쪽에서 와불을 본 사진이다.
해골바위로 부르는 사람이 있으나, 해골바위는 따로 있으니 와불이나 장군바위로 부르는게 인지상정이겠다. 그래서 실제 조금더 올라가서 해골바위로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해골바위를 "진짜해골바위"로 부른다.
아래 와불이 해골바위로 불리는 이유는, 산책로에서 해골바위라는 푯말을 따라 오면 보이는, 구멍(?)이 있으면서 가장 큰 바위이기 때문이다. 주위를 통틀어도 바위 규모가 크다. 내가 보기에는 안내판 하나를 세워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다 보니 이름이 많은 바위라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이름을 부르는 것도 해골바위라고 자주 착각되는 이유이다. 그다지 통일된 이름이 없다. 이따가 다른 각도에서 한번 살펴볼 생각이다.
와불을 시작으로 인왕산 정상쪽을 바라보면 왼쪽의 얼굴바위(부처바위)와 모자바위(두꺼비바위, 달팽이바위)가 보인다. 사실 각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언뜻 처음 보면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부처 바위는 이렇게 당겨서 찍어보면 앉아있는 얼굴(왼쪽을 보고 있다)을 닮기도 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것 같은 머리에 가운데 몸통 아래는 가부좌를 튼 다리로 보인다. 왼쪽 방향으로 손을 아래에 대고 엎드린 얼굴 같기도 하다.
모자바위는 어미와 아들이라는 뜻의 모자바위인데 아무리 봐도 어떻게 그런 형상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깍아지른 매끈 모양의 큰 상단의 바위 뒤에는 달팽이 두 눈이 뾰족이 솟아오른 달팽이 바위가 있는데, 모자바위 뒤쪽으로 가면 저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해골바위 쪽에서 보면 무언가 사람의 머리 형상과 등에 업힌 무언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모자바위니까 엄마의 얼굴을 찾아보면 대략 아래 사진의 왼쪽 위 큰 바위이다. 아이는 그 위에 검은 바위가 아닐까 싶다. 동네에서 오래 사신 분의 조언(?)이 필요하다.
부처바위, 모자바위를 지나 성곽길에 닫기 전에 인왕사 방향으로 조금 인적이 드문 길로 가야 해골바위를 구경할 수 있다. 이 녀석은 보자마자 그냥 왜 해골바위인지 알게된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이 바위를 아까 와불에 비교해 "진짜해골바위"라고 설명하는 등산객들을 꽤 봤다.
화강암의 약한 부분이 풍화 침식으로 구멍이 뚫리는 사포니 지형의 전형이다. 두 짝짝이 눈과 코가 무시무시해 하게 보인다. 눈 안에 돌을 쌓아둔 것도 보인다. 약간 각도를 틀어 사진을 찍어보면 더욱더 해골같다.
여기서는 아까 지나왔던 와불과 선바위가 모두 잘 보이는데, 이 와불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설명을 한다. 먼저 동네 아저씨는 맨 왼쪽 하단의 바위가, 들창코가 있는 돼지머리를 닮았다 해서 돼지 바위라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고양이 바위라고 이름붙였다. 맨 왼쪽이 얼굴과 귀, 그리고 가운데가 웅크린 팔의 몸통, 뒤쪽에 엉덩이와 착 달라붙어 아래를 향한 꼬리까지이다.
고양이 바위라고 이름붙이면 앞에 선바위는 쥐를 닮았다. 쥐를 잡으려는 고양이 같다고 찾아낸 건 같이 갔던 아내이다.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설명하고 이름을 붙이라고 하니까 한참을 비슷한 모양을 찾아 이름 붙이던 추억이 있다.
잠깐 그 아래쪽 인왕사에 붙어있는 선바위도 구경해보자. 와불이나 해골바위에서도 보이는데, 더 가까이 가서 찍으면 이렇다.(선을 수행하는 승려를 닮았다 해서 선바위라고 불린다) 인왕산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 중의 하나이며 그야말로 무속행위의 중심이라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도 유명하여 이 바위를 도성안쪽으로 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부터, 명성황후가 제사를 지냈다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가장 극단적인 타포니 지형의 암석이고, 조상들은 이를 신령이 깃든 바위라고 생각한것이다.
성곽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정상에 오르기 전에 범바위를 볼 수 있다.
등산길에서 올라가보면서 찍으면 아래와 같다.
그리고 여기를 지나 인왕산 정산에는 치마바위가 있다.
이 치마바위는 인왕산 바위 중에도 사연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이된 중종의 이야기다.
중종의 왕비 신(愼)씨의 아버지 신수근도 반정때 피살된 사람의 딸로 정적의 딸을 왕비로 둘 수 없다 하여 폐위(10대 초반에 결혼하였는데 20대 초반에 헤어지게 된것)되었는데, 인왕산 아래로 쫓겨나게 되었다. 중종은 이 폐비 신씨를 그리워하였는데, 폐비 신씨가 이 말을 듣고 이 바위에 치마를 널어두었다고 해서 치마바위라고 한다.
그리고 또하나의 어두운 흔적이 이 치마바위에 새겨져있다. 1939년 일제가 조선에서 대일본청년회의를 개최한 직후 이 바위에 100여글자의 기념문을 조선총독부 총리 이름으로 적어놓은 것이다. 해방이후 이 글씨를 쪼아내었지만 아직도 지저분하게 남아있다.
이 치마바위(인왕산 정상)를 넘어 부암동쪽으로 가면 큰 기차바위가 나온다.
사실은 앞서 밝혔듯이 인왕산 곳곳에는 신기한 바위가 많고 아래는 제법 큰 데도 외진 곳(동네 사람들이나 다니는 구석구석의 산책길이다)에 있어서, 가족들과 같이 이름을 지어본 바위다. "붕어빵 바위", "개복치 바위"이다.
인왕산에는 이렇게 직접 이름을 짓고 가족들과 기억할 수 있는 수 많은 바위들이 있다. 화강암 지형의 특성인 절리도 배우고, 자연도 느끼면서, 이름까지 지어보면 그만한 가족 등산이 어디있을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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