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산책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 본문
구한말 역사를 공부하면서 제일 아쉬운 것이 고종이나 명성황후 스스로가 남긴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명성황후가 그러하다. 여기서는 책 "명성황후와 대한제국", 한영우, 효형출판 에 나온 여러가지 전에 모르던 사실을 나열해보자.
1) 명성황후는 왜 대원군에 의해서 간택되었을까? 1966년에 고종과 혼인한 명성황후는 민치록의 하나남은 외동딸인데, 집에서 대를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민치구의 아들 민승호를 양자로 입양한다. 그래서 황후는 21세의 양오라버니를 얻게되고 아버지처럼 의지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민치구의 딸이 바로 대원군의 부인이다. 결국 복잡하지만 황후는 대원군의 처제(?)같은 입장이다. 병조판서를 지낸 이 민승호는 1874년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우편물을 받고 폭사하게 되는데, 이 우편물이 황후와 갈등했던 대원군이 보낸 것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한평생 이 기억은 명성황후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2) 명성황후는 지금의 안국역 부근 운현궁에서 고종과 혼인하였다. 그리고 창덕궁에 입궐하게 된다. 지금도 운현궁에서는 가끔씩 전통 혼례가 진행되는 것을 목격하는데, 이것을 기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3) 명성황후는 고종과 혼인 후, 고종이 궁인 이씨와 1868년 완화군을 먼저 낳았고 대원군이 이 완화군을 사랑하여 세자로 삼으려고 했고 이것이 갈등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보수적인 대원군과 보수 개혁의 조화를 이루려는 황후간의 정치적 대립이 그 배경에 있다고 필자는 추측한다. 여하튼 황후는 혼인 5년만인 1871년 첫아들을 낳았으나 나흘 만에 죽고, 1874년 태어난 순종이 1875년 세자가 되면서 고종의 사랑과 신임을 얻게 되었다. 황후는 평생 4남 1녀를 낳았으나 모두 단명했고 순종만 남았는데 부처님과 무당에 기원하느라 많은 재물을 탕진했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극진히 한 순종마저 마마를 앓고난 뒤부터 다소 총기를 잃었다고 전해진다. 황후의 자식에 대한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4) 필자는 명성황후가 일제에 의해 폄하되었다고 주장하는데, 명성황후가 말년에 일제를 벗어나 러시아나 서구 국가에 더 의존하려 했던 점이나, 그녀를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평이 좋았던 점(언더우드 부인, 윌리엄 프랭클린 샌드, 이사벨라 버드 비셥 여사 등 모두 지성과 개성, 굽힐 줄 모르는 의지력, 정치가이자 외교가로 평가), 그리고 보수와 급진개화파 모두가 그녀를 견제하였던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잘 알려진대로 고종의 강한 신뢰를 받은 인물이며, 을미사변을 계기로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5) 황후는 1882년 임오군란때 홍계훈의 등에 업혀 가까스로 궁을 빠져 나와 충주 산속으로 피신하여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이 홍계훈은 원래 미천한 신분이나 향후 출세하여 동학란에서 출전하여 전주를 탈환하고 훈련대장이 되었다. 그 홍계훈이 을미사변때 광화문 앞에서 일본군의 침입을 저지하다가 죽었고 향후 황후를 지키다가 죽은 궁내부 대신 이경직과 더불어 1900년 장충단에 제향되었다고 한다. 끝까지 황후를 지키려고 노력하다 죽은 군인의 인연이 있다.
6) 을미사변 당시에는 이노우에 카오루가 불과 해당일 20일 전에 일본으로 귀국했다고 적혀있다. 미우라 공사도 이노우에 카오루나 이토 히로부미의 하수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황후나 고종은 일본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이노우에 카오루 부부가 사건 한달전 왕궁을 방문해 9천원 상당의 선물을 왕과 황후에게 바쳤으며, 알렌의 기록에도 황후가 외국 외교관들의 일본에 대한 위해성을 묻자 함부로 하지 않을것이라 답변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을미사변 당일에도 야밤에 밖이 소란스럽자 숙직하던 농상공부 협판 정병하에게 황후가 묻자, "일본 군인이 궁궐에 들어오더라도 성궁을 보호할 것으로 확신하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고 대답했다고 한다. 당시 황후는 여러가지 모순된 정보 속에서 일본에 당했던 것이다.
명성황후에 대한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정리된 책을 찾아서 메모를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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