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산책
책 소개, "헐버트 조선의 혼을 깨우다" 본문
구한말 역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 당시 인물의 직접적인 기록을 참조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앞서 외교관 베베르와 알렌 등 몇몇 사람을 소개했는데, 여기에는 호머 헐버트 선생을 언급해보자.
구한말 조선에는 유명한 선교사가 존재한다. 호러스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메리 스크랜튼, 알렌 등이었는데 이들의 특징은 황실과도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어떤 분들은 후대에 이르러서까지 조선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들은 그 시기 모두 서로를 잘 알고 지냈다. 여러가지 우정을 가지고 있었겠다.
기회가 될때마다 각자를 소개할텐데, 선교사 각자는 자신의 특별한 역량과 함께 선교활동을 전개했는데, 알렌이 의술과 외교라고 하면, 호머 헐버트 선생은 신기하게 언어학자를 겸했다. 그리고 여러가지 발표된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구보다 순수하게 조선을 사랑했다.
또한 이 헐버트 선생의 글에서 처음에 놀랐던 것은 너무나 앞선던 한글에 대한 그의 연구와 한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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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조선의 혼을 깨우다
단행본을 제외한 200여 편의 논문 및 기고문 중 헐버트가 조선시대(1886년부터 대한제국이 탄생한 1897년 10월까지)에 쓴 57편의 논문 및 기고문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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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선생은 조선의 최초 근대 정부 교육기관인 육영학원의 교사로서 조선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는데, 당시의 조선 민중에게 한글을 업신여기지 말고 한문보다는 그 어떤 글자보다 효율적이고 편한 이 한글을 쓰도록 권장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와 그러한 내용을 실은 글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심지어 고대의 한국어까지 여러가지 사료를 통해 연구한 결과를 포함한다.
그리고 또하나 느낄 수 있는 것은 조선에 대한 따스한 시각이다. 당시 낙후된 조선에 대해서 선교사들이 많은 기록을 남겼지만, 친절한 기록은 그렇게 많지 않다. 위생상태가 떨어지고 전염병이 자주 돌던, 미신이 만연한,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로 묘사되는 것이 종종 반복되지만, 헐버트 선생의 글에는 민중을 격려하여 좋은 점들에 대해서 많이 남겨주고 있다. 그것은 그 미래에 대한 확신을 보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당시 미개한 나라의 문자인 한글에 대해서 그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은, 당시의 패권 국가 상황이나 자국 우월주위를 떠나 조선을 그 안의 내재된 가치에 따라 봐주었던 몇 안되는 인사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 책에서 남겨진 일부 기록이나 헐버트 선생이 연관된 일을 소개하고 싶은데, 하나는 조선 황실의 초대로 설 즈음에 경복궁 향원정 호수에 스케이트를 타도록 15명 전후의 외국인으로 초대되어, 스케이트를 즐기고 그것을 황실 사람들과 조선인들이 지켜봤던 것, 그리고 이후에 유럽식 만찬을 대접받은 을 아주 아름답게 묘사한 것이다.
당시 조선에는 외국인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선교사들은 그런 관점에서 많은 도움을 황실에 제공하고 명절때마다 선물을 받았는데, 이러한 향원정 초대라는 파격도 선교사들과 황실이 매우 가까워지는데 큰 역할을 했고, 선교사 혹은 그 각자의 배우자 기록에 이 사건이 명기되어 있다(1887.1.16). 이를 명성황후가 직접 초대하여 지켜보고, 대접을 지시했다고 아펜젤러의 일기에 적혀있고 언더우드 가족의 기록이도 이 사건이 등장한다. 당시 주한 외국인들과 황실히 가까워지게된 놀라운 사건이었던것 같다.
두번째는 고종의 헤이그 밀사(1907년)파견 관련된 내용이다. 이 책이 해당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나. 헐버트 선생에 대한 고종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웠고 당시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일에 헐버트 선생이 공헌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미 일본으로부터 외교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1910년 한일병합전에도 단계적으로 진행된 조약으로 이 시기 이미 외교권을 일본에 넘긴 상태였다) 고종은 네덜란드의 국제회의에 그것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했다가, 당시 조선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 등에 의해 이 사건을 빌미로 결국 폐위당하게 되는 사건이다. 이토 히루부미가 네덜란드 일본 공사로부터 이 밀사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자마자, 헤이그에 헐버트 선생이 있는지 아닌지부터 물었다는 내부 기록이 있을만큼, 헐버트 선생은 조선의 편에서 국제적인 활동을 했던 일본에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기도 했다.
지금 읽어도 우리나라에 대한 선견지명이 가득한 이 기록들이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소개해본다. 헐버트 선생은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과 함께 현재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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