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산책
옛 사진 그대로 다시 찍기 - 경복궁 궐내, 근정전, 경회루, 향원정 본문
오랜만에 옛 사진 비교 찍기 작업에 다시 도전해보았다. 늘 이 작업은 과거 사진가와 해당 동일 촬영지점의 동일 각도를 찾았을 때의 렌즈를 들여다 볼 때의 감격을 주고, 이후에는 사진상의 차이점을 통해 무엇이 변했고 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지식을 선물해 준다. 또한 과거 사진 상에는 희미하거나 어두운 아주 작은 정보들이, 현대의 고해상도 사진 정보와 결합되면서 다양한 추론을 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궁내에 잘 보존되었다고 알려진 경회루와 근정전 등에 대해 시도해보았다. 먼저 근정전을 살펴보자. 근정전은 경복궁에서 별로 다시 지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건물이다. 팁으로 궐내 건물들의 누각들(지붕)을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낡은 지붕은 옛 것이라는 징표와 같다.
촬영 위치는 근정전의 옆면이다. 사진 상에 변하지 않는 부분은 노란색, 변한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우선 화로의 덮개가 분실되어 보이지 않는다. 해당 화로는 옛것으로 추정되는데 덮개는 사라졌다(다른 쪽의 화로도 마찬가지다). 다만 근정전의 문들이나 건물 전체는 역시 변함이 없다. 심지어 하단의 기반석이나 계단, 난간도 일치한다. 바닥의 석재 판들은 일정 부분 재정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의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다. 그리고 뒤쪽의 건물들 기와가 일치하는 것과 차이나는 것들이 각각 보인다. 복원시 일부 누각이 너무 치솟은게 아닌가 싶었다. 화면 중앙부분 뒤쪽의 궁 건물들의 기와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제보에 의하면 이 행각들은 기존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사진만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다음은 경회루이다. 옛 사진이 2장인데, 신기한 것은, 따라서 찍어보니 이 두 장이 거의 같은 장소에서 방향만 바꾸어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 두 사진은 보빙사 일행을 보좌했던 퍼시벌 로웰이 1883.12~84.3월 사이 겨울에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그렇다. 아마도 삼각대를 놓고 한번 촬영한 후 몸을 틀어서 다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카메라의 위치도 서있는 위치가 아니라 약간 낮다. 쭈그리고 앉아서 찍어야 화각이 맞다. 그런데 촬영 장소가 지금은 철조망이 생기고 그 안쪽이어서 정확한 화각 확보는 어려웠다(아래 두번째 사진 참조).
역시 경회루는 건물 자체는 옛 모습을 대부분 보존하고 있었다. 누각 부분은 한번 정비를 했다고 글을 본적이 있긴 한데, 역시 화각이 다소 차이가 있다 보니 실제 변형된 것인지 어쩐지를 확신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경회루 둘레의 가장자리 난간의 상 변경이 일부 의심된다. 그리고 과거에는 경회루 주위에 저런 돌담이나 벽이 있었다는 점이 지금과 다르다. 인왕산의 전체 위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고, 오히려 누각의 동물상들은 과거 비어있던 것이 보충되고 정비되었다. 어떤 것은 그대로이고 어떤 것은 조금 바뀌었다.
바로 윗 사진에서 경회루 건물은 그대로이어 보이지만, 오른쪽의 경회루 입구의 문은 다소 변경이 의심된다. 앞서 밝혔듯이 이 사진의 촬영장소는 윗 사진의 오른쪽의 철조망 공간 안의 더 낮은 화각이다. 접근이 쉽지 않아서 최대한 접근해서 찍었으며 이 화각 차이가 실제 변경을 의심하게 보이도록 할 수도 있었겠다. 별도로 경회루 하단 기반석에 몇몇 상처가 생긴 것도 볼 수 있었다. 상기 옛사진 촬영시기 까지는 돌들은 모두 깨끗하게 유지되었던 모양이다(경회루도 화재로 기둥만 남았던 것이 1867년 재건되었다.)
다음은 향원정으로 가보자.
향원정은 누각 쪽의 지붕이 과거에 비해 조금더 납작해진 느낌이 든다. 누각의 하단부 물가쪽에는 과거에는 돌로 된 마무리가 없어서 조금더 부실해 보였는데, 지금은 잘 보강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향원정 뒤쪽의 다리(취향교)가 복원되었는데, 하얗고 철제의 느낌이어서 너무 현대식(?)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 다리는 과거와 동일한 모습이다. 오히려 과거의 이 모습이 한국전쟁 중에 부서지고, 최근에 고증을 고쳐 복원한 것이다.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은 이 향원정이 고종의 신식 문물에 대한 시험 장소였다는 시각이다. 향원정도 청나라 풍의 건물이며, 조선 최초의 등이 이 향원정의 옆에 세워졌다고 한다. 저 아치형 다리도, 서구의 느낌으로 지은 다리라는 이야기다. 그런 사연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저런 생경함도 이해할 수 있겠다.
경복궁 내의 잘 보존되었다고 알려진 건물 3개의 사진을 우선 간단히 비교 해보았다. 겨울철에 해당 사진 촬영 시간에 한번 더 촬영하면서 주변 건물들도 같이 확인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사용된 옛 사진의 촬영 시기나 특이한 변경 등은 제보를 주셔도 좋다. 늘 이 작업은 과거를 조사하는 첫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사진이 담고있는 다소 부족한 과거의 정보를 현대의 사진 정보를 통해 한껏 추가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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