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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지식인이 본 구한말 -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 에밀 부르다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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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지식인이 본 구한말 -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 에밀 부르다레

작동미학 2024. 12. 28. 10:47

프랑스의 학자 에밀 부르다레가 러일전쟁 직전 조선에 4년에 걸쳐 지내면서 쓴 기록인데, 그 자세함이 놀라워서 사료로 쓰이기에도 충분하다. 다양한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잘 조사해서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절판되어 중고책을 사야하지만 구한말 외국인 기록으로써 그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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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 에밀 부르다레 - 교보문고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 프랑스 지성인이 세련되고 균형잡힌 눈으로 그려낸 ‘고운 아침의 나라’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내는 그리운 목소리와 풍경, 그리고 결코 잊지 못할 사건들!『대한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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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부르다레는 조선의 프랑스어 학교 교사, 왕실의 기술 고문, 철도 건설 등 역할을 하기 위해 조선을 방문했다고는 하나, 글 자체는 그러한 업무에 대한 내용보다는 지성인이 자세히고 탐구하고 바라본 조선이 묘사되어 있다. 고종 알현을 포함해, 역사나 사회 전반의 모습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세밀하게 나름 따뜻한 기록을 해두었다. 인상깊은 몇몇 책의 장면을 소개한다. 나라면 외국에 가서 이런 정도의 역사를 곁들인 묘사를 하는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조선에 대한 칭찬:

 

"과거에 이나라에는 예술산업 시대가 있었다. 직물, 도자기, 단샌화와 채색화, 조각들이 그 점으 ㄹ증명한다. 7세기와 8세기에 조선인은 일본을 가르쳤다. 지금은 침체돼 보이는 이 민족이 문학을 화려하게 꽃피웠다는 사실을 알게된다고 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10세기 전에 조선인은 이미 판각으로 인쇄했고, 1403년에는 활자를 발명했다. 따라서 첫눈에 사람을 판단하지 않을 일이며, 이 겸손하고 작은 왕국은 반드시 알려지고야 말 것이다"

 

조선의 무속문화 폐해:

 

"오직 태곳적부터 내려오는 영혼을 믿는 민중 신앙이 근복적으로 순박하고 순진한 . 이사람들을 지배한다. 그러하기에 지극히 미신적인 민족이 되었다. 조선 남녀 4분의 3쯤이 이 세상에 살아있는 착한 혼이나 귀신에게 공물을 바친다. 그 나머지는 유교 교리를 따르고, 불교도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들의 사상 또한 분명치 않아서 부처와 공자, 또는 귀신을 차례대로 돌아가며 따르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불교가 도입되기 전까지 조선인은 자연숭배만 알았고, 이런 숭배는 꾸준히 발전해서 오늘날까지도 고대 풍습이 굉장히 활발하게 살아있다. 그들은 선하거나 악한 영혼에 둘러싸여 있다. 땅과 하늘, 산과 강, 나무에도 혼들이 살아 있다. 병에 걸리는 이유도 악령 때문이다. 여기서는 무당이 활개를 칠 뿐만 아니라 조선 어디에서나 절대적 여주인으로 군림한다. 이 나라를 착취하는 마술사, 무당, 천문가, 지관의 무리는 정말 나라를 고통스럽게 하는 악이자 약점이다. 20세기에 드러선 시점에도 여전하다. 황제께서 이 구시대의 무리를 추방할 때, 나라는 그 거대한 변화의 행보를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내 여기저기서 번번이 무녀의 북소리가 들여온다. 병자가 있는 집에서 악령 추방 의식을 하는 소리다. 탕탕거리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광적인 춤으로 무녀는 병자의 악귀를 쫓고 가족들이 준비한 음식을 바치는데, 음식은 굿이 끝나고 나면 무녀가 차지한다."

 (귀엽게도 자신의 측정도구가 이상해져서 고도 측정이 안될때는 무당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농담하기도 한다)

 

상투를 올리는 것:

 

"약혼식에 초대받은 손님 가운데 운이 좋은 사람을 고른다. 물론 부자 여야 하고, 자식이 많거나 지위가 높아야 한다. 바로 이 친구가 땋은 머 리를 풀어주고, 숱이 매우 많은 한가운데 머리털을 잘라낸 후 나머지 옆 머리를 올려 신랑의 상투를 틀어올리고 관을 씌워준다. 상투를 틀 때 말총으로 만든 띠를 머리에 두르고, 그 위에 모자를 얹는 다. 이 모자는 고운 짚으로 엮으며, 그 위 통 부분은 항상 머리보다 작게 해 머리가 균형 잡히고 높이 솟아 있게 한다. 이렇게 하고 나서, 집 안방 에 있는 장롱이나 별도의 건물에 모신 조상의 위패 앞에 모인다. 부모와 친지는 무릎을 꿇어 몸을 굽히고, 조상의 위패에 거한 영령들에게..”

 

거리의 모습:

 

" "아이고, 아이고" 조선을 여행하는 사람은 금세 익숙해지는 표현이다. 이런 진흙이나 이 나라의 또 다른 수많은 특징처럼 말이다. 그 외침은 "제기랄, 재수없어! 이럴 수가 있나! 오늘 저녁에 예정된 잔치는 끝장일세!" 라는 뜻이다. 뭐라  더 할 말이 있을까"

 

조선시대 흔히 들려오던 밤이나 새벽의 방망이 두들기는 소리:

 

"매일 밤 수도의 길가에서는 태조시대에 시적으로 읊었듯이 4만 채의 집에서 4만개의 돌 두드리는 감탄을 자아낼 만한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주부들은 몇시간씩 지겨움도 모른채 홍두깨질을 잽싸게 해낸다. 몸에 밴 이런 작업에서 팔놀림이 얼마나 민첩한지 모른다! 주부들은 빨랫감을 돌려놓을때나 아기를 살펴볼 때만 잠시 일손을 놓는다. 아기들은 이미 익숙한지 이런 발굽 소리에는 전혀 깨어날줄 모른다."

 

조선의 객주집에서 묵기:

 

"아무튼 처음 들어섰을때 그 동네나 사람들의 불결함, 비참한 모습과 마당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고 말았다. 내가 부당하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에 못지않은 연안(중국)의 객줏집들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은 항상 끔찍하게 난방을 해서 불에 타고 찢겼으며, 돗자리 위에 가구를 놓았다. 돗자리는 연기로 데우는 온돌을 덮었다. 벽지는 옛날에는 하얗던 것이 오랜 세월 드나든 손님들로 인해 손때가 묻었다. 한구석에 쌓아둔 침대머리 같은 것은 잠잘 때 쓰는 베개들이다. 거의 열어두는 법이 없는 작은 창문 두 쪽으로 어슴푸레한 빛이 방안으로 든다. 더러운 옷과 담배 냄새로 찌든 이 방의 공기 속에서 각자 가져온 옷 보따리를 한가운데 두고 하층민들이 뒤엉켜 잔다.. 요컨대 모든게 너무나 불결하고 돗자리 위에 침대도 없으니 밤에는 여러 사람과 함께 그 숨막히는 40도의 열기를 참지 않는 한, 별 수 없이 마당에 나가 소와 말과 머리를 맞대고 밝은 달 아래 잠들어야 한다"

(역시 조선의 뜨거운 온돌의 고통은 모든 외국인 여행자들의 이야기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