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산책
구한말에 중국은 어떤 마음이었나? 책 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 본문
구한말의 다양한 각국의 입장 이야기를 다양한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본은 건건록이 있고, 서구는 알렌의 일기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조선은 윤치호의 일기가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이야기는 알기가 어려웠다.
이홍장이나 마건충, 원세개 같은 인물이 기록을 남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고종이나 명성황후의 기록을 기대하는 것처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체 그들의 상황과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이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그나마 이 책 "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 (왕위안충 지음)"이다. 당시의 중국의 상황과 의견, 조선에 대한 대처나 이유들이 병자호란에서부터 한일병합즈음까지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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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 | 왕위안충 - 교보문고
조선은 청제국에 무엇이었나 | 한국은 청 제국 시기 ‘정치-문화적 중화제국’의 일부였는가? 왕위안충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에 대해 깊이 읽고, 토론하며 한중 관계와 한반도의 미래를 성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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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청이 주변국에 대해 어떻게 관계를 정립하고 조선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기술된다. 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조선은 명에 대한 그리움에 청을 무시하고 명을 계승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지만, 결국은 군신의 관계, 형제의 관계(형과 아우의 관계)를 넘나들고, 청은 점점더 조선에 대해 성의껏 대해주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동생의 나라이자 신하의 나라로 착취의 관계라기보다는 마치 아버지와 독립한 자식처럼 지냈다는 이야기다. 왕을 책봉하기 위해서는 청에 허락을 받고, 조공을 바치지만 또 선물을 받기도 한다. 어려움이 있으면 청이 조선을 돕고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간섭하지 않는 형태이다. 이를 서양에서는 조공관계로 묘사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며, 이러한 청과 조선의 모델은 청이 공을 들여 만든 것이고, 주변 다른 국가들과도 유사한 형태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다. 중국만의 독특한 제국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서양에서는 이 체계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오해도 컸다. 이를테면 조선에서의 선교사 박해가 문제가 되어 중국에 항의하면,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속국이기는 하나 그들의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청은 책임이 없고 조선과 직접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맺은 타국과의 조약에 의해서 조선이 중국의 범위에 포함되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마치 책임은 없지만 권한은 있다는 형태로 답변하니 국제법상 정리가 안되는 것이다. 일본이 근대화이후 서양과 동일한 눈으로 조선과 중국을 바라보면서(당시 일본이 영입한 국제법 전문가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결국 이 청제국의 방식은 근대 조약과 2중화된 체계로 운영되다가(조공 교류가 1890년경까지 유지) 결국에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청과 조선은 결별하게 되었던 것이다.
1882년 발생한 임오군란으로 인해 청의 조선에 대한 영향력이 갑자기 커졌을때, 이홍장/원세개를 중심으로 중국 내의 여론이 더해져서 조선을 일정수준 속국화하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조선내 외교관들과의 다양한 갈등을 초래한 이 상황은 결국은 중국의 정책변화였던것. 속국이라는 점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원세개만 고종을 신하의 나라 왕으로 보고 행동하니, 나라간 조약에 의한 일을 진행하는 서구권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 결국 당시 조선에 있던 대니 등(무려 판사 출신인)에 의해 더욱더 서양의 국제법 시각에서 정리되면서 조선은 청의 영향을 벗어나 국제관계에 놓이기 되고 곧바로 외세에 마음껏 시달리게 된 상황으로 발전한다.
저자는 이렇게 동양과 서양의 차이나 힘의 관계 변화를 당시의 여러 상황을 자세히 풀어가며 기술하고 있다. 당시 중국이 어떻다고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서구와 일본의 아시아 세력 확장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기술하고 있다. 또하나의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서구와 일본이 바라보았던대로 진행되고 있는것. 그 줄거리를 중국의 시각에서 볼 수 있어서,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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